⊙ 김경미

여행의 리얼리티 1 / 김경미

늘봄k 2019. 3. 10. 11:37

 

여행의 리얼리티 1 / 김경미


문학과지성 시인선 456
밥의 입국 심사 시인 김경미
 
1부
여행의 리얼리티 1 / 김경미


고무줄과 전선이 날파리처럼 꼬일 때
목과 두 눈동자가 뒤통수에 가 붙을 때
사랑한다는 고백이 진심일 때
외로움을 오래 보관하고 싶을 때

낡은 외투를 세탁소에 맡기고 그대로 줄행랑친다

납작해진 코를 부풀리기 위해
혹은 더 깨끗이 밟아 파묻기 위해

입술에 손가락을 대는 것
폐업한 나라의 흥망과 성쇠의 전말을 듣는 것
낭만과 실망은 같은가 다른가
나,라는 이상함을 메고 끌고 들고
길을 걷다가 멈춰 서서 울어도 창피하지 않은 것
하루에 열 번씩 이름을 바꿔도 탄로 나지 않으며
바다와 목재와 지붕의 서로 다른 가치들
지폐와 동전을

손바닥에 모조리 꺼내 놓고
알아서 집어가라고 주인을 뒤바꾸는 것

구기 종목의 관중이 되는 것
구름의 수입과 지출을 헤아리며

아무튼 바퀴와 날짜를 사랑하는 것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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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年 03月10日(日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