⊙ 김경미

오늘의결심 / 김경미

늘봄k 2019. 3. 12. 18:33

오늘의결심 / 김경미 
   
문학과지성 시인선 456
밥의 입국 심사 시인 김경미
 
1부
오늘의결심  / 김경미


라일락이나 은행나무보다 높은 데서 살지 않겠다 
이른 저녁에 나온 별빛보다 많은 등을 켜지 않겠다 
두 개의 귀와 구두와 여행가방을 언제고 열어두겠다 

밤하늘에 노랗게 불 켜진 상현달을 
신호등으로 알고 급히 횡단보도를 건넜으되 
다치지 않았다 

생각해보면 티끌 같은 월요일들에 
창틀 먼지에 다치거나
내 어금니에 내 혀 물리는 일이 더 많았다 

함부로 상처받지 않겠다

내 목에 적힌 목차들 
재미없다 해도 크게 서운해하지 않겠다 

한계가 있겠지만 담벼락 위를 걷다 멈춰서는 
갈색 고양이와 친하듯이

비관 없는 애정의 습관을 닮아보겠다
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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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年 03月12日(火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