⊙ 유희경

나와 당신의 이야기

늘봄k 2022. 1. 29. 16:35
  
 
  
문학과지성 시인선 393
오늘 아침 단어 시인 유희경
 
2부
악수 / 유희경
나와 당신의 이야기 / 유희경

   십 년 전 녹음했던 비틀스처럼 비가 내리려 한다 
벽지의 꽃잎이 떨어질 것 같아 몸이 아픈 오전 아이
들이 또 개 줄을 잘랐는지 개가 달려가는 소리 골목
을 따라 달리는 구부러지는 개, 그 뒤를 쫓는 아이들
의 환호성

   나란히 누워 서로를 훔치고 있는 당신과 나는 아이
들이 개를 부르는 소리 근처에 살고 있다 개 이름과 
내 이름 사이 발톱을 세운 비가 내린다 돌아보지 
않을 만큼

   차갑다, 란 말 뒤에 내가 비쳤고 당신은 슬픔이 뱉
어놓은 가래 한쪽은 보고 한쪽은 잊는다 오래전 떠나 
돌아오지 않는 시력을 열어본다 눈동자 너머 소독약 
냄새 나는 지난날이 쓰러져 있다 앞은 뒤를 그리워하
고 뒤는 앞을 참는 기묘한 데자뷔 창밖, 발톱 소리 같
은 당신의 등 그리고


 

page 78

2019年 05月13日,月曜日


0