문학과지성 시인선 393 오늘 아침 단어 시인 유희경 2부 악수 / 유희경 나와 당신의 이야기 / 유희경
십 년 전 녹음했던 비틀스처럼 비가 내리려 한다 벽지의 꽃잎이 떨어질 것 같아 몸이 아픈 오전 아이 들이 또 개 줄을 잘랐는지 개가 달려가는 소리 골목 을 따라 달리는 구부러지는 개, 그 뒤를 쫓는 아이들 의 환호성
나란히 누워 서로를 훔치고 있는 당신과 나는 아이 들이 개를 부르는 소리 근처에 살고 있다 개 이름과 내 이름 사이 발톱을 세운 비가 내린다 돌아보지 않을 만큼
차갑다, 란 말 뒤에 내가 비쳤고 당신은 슬픔이 뱉 어놓은 가래 한쪽은 보고 한쪽은 잊는다 오래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시력을 열어본다 눈동자 너머 소독약 냄새 나는 지난날이 쓰러져 있다 앞은 뒤를 그리워하 고 뒤는 앞을 참는 기묘한 데자뷔 창밖, 발톱 소리 같 은 당신의 등 그리고