⊙ 유희경

다시, 지워지는 地圖

늘봄k 2022. 1. 29. 16:46
    
문학과지성 시인선 393
오늘 아침 단어 시인 유희경
 

부 
다시, 지워지는 地圖

  
  버스는 오지 않는다. 대기는 멈춰 있다 물컹한 촉
감으로 구름이 자라고 습도는 일 초의 힘으로 공중을
당긴다

  곧 음악이 시작될 것이다. 악보 위로 교복 치마가
흔들린다 예보에 따르면 우리는 장마 속에서 살고 있
다 정류장은 굳어버렸다 가로등이 딱딱한 빛을 터뜨
리기 시작한다

  백지장의 사내들이 어깨를 다문다. 고중에 몸을 감
추고 있던 비가 모습을 드러낸다 먼 거리는 없어도
좋다 왼쪽 가슴 오 센티 위에서도 비는 태어난다

​  갓난비를 맞으며 생각한다. 어쩌면 우리의 걸음에
는 지도가 새겨져 있다. 나는 지도를 훔쳐보는 사람

  음악 속으로 뛰어가는 모든 것은 사랑스럽다 비를
피한 웃음이 커다란 눈으로 나를 지켜본다 어미가 아
비를 사랑하고 아비가 어미를 찾아 헤매는 밤이 오면

  예견된, 이미 지나가버린 시간들이 등고선의 허리
를 구부리고, 쏟아진다 지도의 모든 것 나에게로 쏟

아지는 모든 것들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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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年 05月10日(金曜日)


유익종 - 그저 바라 볼 수 만 있어도 (1986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