문학과지성 시인선 393 오늘 아침 단어 시인 유희경 Ⅱ 부 다시, 지워지는 地圖
버스는 오지 않는다. 대기는 멈춰 있다 물컹한 촉 감으로 구름이 자라고 습도는 일 초의 힘으로 공중을 당긴다
곧 음악이 시작될 것이다. 악보 위로 교복 치마가 흔들린다 예보에 따르면 우리는 장마 속에서 살고 있 다 정류장은 굳어버렸다 가로등이 딱딱한 빛을 터뜨 리기 시작한다
백지장의 사내들이 어깨를 다문다. 고중에 몸을 감 추고 있던 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먼 거리는 없어도 좋다 왼쪽 가슴 오 센티 위에서도 비는 태어난다
갓난비를 맞으며 생각한다. 어쩌면 우리의 걸음에 는 지도가 새겨져 있다. 나는 지도를 훔쳐보는 사람
음악 속으로 뛰어가는 모든 것은 사랑스럽다 비를 피한 웃음이 커다란 눈으로 나를 지켜본다 어미가 아 비를 사랑하고 아비가 어미를 찾아 헤매는 밤이 오면
예견된,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등고선의 허리 를 구부리고, 쏟아진다 지도의 모든 것 나에게로 쏟
아지는 모든 것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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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年 05月10日(金曜日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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