⊙ 유희경

들립니까

늘봄k 2022. 1. 30. 07:47

문학과지성 시인선 393

오늘 아침 단어 시인 유희경
1 부
들립니까 / 유희경

들립니까, 들립니까, 내말이.
심장이 망막에 그리는 모습.
손을 보내준다 했을 때,
먼 손이라니, 웃고 말았는데,
믿기 시작한, 그물 같은 눈의 암흑,
어둡습니까, 어두워지나요, 내 말이?
지금은 빛남에 대해 말하는 시간
눈을 벗고 누웠을 때 너무 환한 빛은
그만큼의 그림자를 데려온다는 것을
알게 되었죠. 그것만은 아니겠지만,
무섭나요, 무섭습니까, 내 말이.
먼 손이 찾아올 때는 주먹을 꼭 쥐라고
오지도 않을 거면서, 감지 못한 눈이
흔들려 떨어뜨리는 어떤 포기,
다시, 만져보는 느린 감촉
내 것이 아닐 거라고 중얼거리는
울고 있나요, 우나요, 내 말이.
두 손이, 멀리서 올 두 손에 덮여
점점 멀어지고 있는 아득함 너머
보이나요, 보이나요, 내 말이.
아니오, 아니오, 그렇지 않습니다 하고
내가 내 말을 울고 있어요 모르게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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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年 04月26日(金曜日)




겨울장미 - 이은하