있는 그대로가 좋아
아버지는 설탕 체질이셨다 / 김경미 본문
설탕 체질이셨다 / 김경미
문학과지성 시인선 456
밥의 입국 심사 시인 김경미
1부
아버지는 설탕 체질이셨다 / 김경미
길고 험한 여행을 취소했다 날아갈 것 같다
나는 여행 체질이 아니다
나는 앉은뱅이
자괴심을 많이 타고난 체질이다
아버지의 취미는 밥에 설탕을 붓거나
달착지근한 분유 마시기였다
하지만 빼빼 마르셨다
또 어깨가 아프다 방향들이 나를 찢는가
확실히 나는 여행 체질이 아닌 것도 아니다
어느 치약이나 통장이 더 좋은지는
확신이 없지만
입은 쓴 사람한테
마음이 가는 점만은 괜찮은 체질이고
싸구려 민박도 마다치 않으며
어차피 다 바탕은
고통이거나 고독이란 믿음도 꽤 괜찮다
설탕을 자꾸 밥에 뿌리던 아버지는
위가 상해
일찍 돌아가셨고
나는 그처럼 다디단 체질은 아니다
page 32~33
2019年 03月10日(日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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