있는 그대로가 좋아
원시의 통증 / 김경미 본문
원시의 통증 / 김경미
문학과지성 시인선 456
밥의 입국 심사 시인 김경미
3부
원시의 통증 / 김경미
어둡고 깊은 동굴 벽이 나무 햇불을 치켜들었다
공포를 그리려는 것이다 축원을 그리려는 것이다 검
은 벽에 천천히 들소가 나타난다
들소의 배에 창이 꽂힌다
날뛰던 공포와 축원이 동굴 벽에 갇힌다
동굴 밖 들소는 이미 벽에 갇힌 제 운명도 모른 채
들판을 마구 달린다 곧 창끝의 공포와 축원에 다리
가 꺽일 텐데
무화과 나무는 아무도 벽에다 그리지 않아서 갇히
지 않았다 달리지도 못한다 공포와 축원 바른 창끝
에 찔리지도 않는다
폭설도 없는데 길에서 이렇게 무릎이 꺾이는 건
누가 햇불 치켜들고 동굴 벽에 내 심장을 그려서
이다 거기 창을 꽂을 만큼 간절히 나를 원해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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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年 03月31日(日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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