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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워지는 지도(地圖) 본문

⊙ 유희경

지워지는 지도(地圖)

늘봄k 2022. 1. 30. 07:37


문학과지성 시인선 393

오늘 아침 단어

시인 유희경

1 부

지워지는 지도(地圖) / 유희경


저녁이 되면 스스로 사막이 되는 방법을 연구한다
더 빨리 늙기 위해 천천히 걷고 뒤로 걷다, 갑자기 돌
아서서 있으려 했던 사람을 떠올리는, 조금 시큰한

지도는 조금씩 자라는 동물 같은 것이다 봉투를 뜯
는 내 건조한 경력을 생각한다 아버지란 기호에선 캐
치볼이 떠오르지만,

어느새 나와 아버지 사이 넓게 자리 잡은 이만 헥
타르쯤의 운동장 이따금, 몰래 알약 반 개 같은 씨앗
을 심지만 자라는 것은, 없다

방금 불어온 바람을 등지고 어리고 슬픈 내가 공을
주우러 뛰어간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 글러브는 누구
의 가죽이고 날아가는 것을 보면 왜 소리를 지르고
싶어지는가

계집애가 오빠를 쫓다 터뜨리는 울음을 빙그르르
돌리는 저녁이다 더는 돌릴 수 없을 때까지 숨을 참
는, 어쩌면 생활의 무늬란 그런 것이지 꼭 다문 입술
의 주름 같은 것

그러나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날리지 않는다 단단
하게 여물어 열리지 않는 길의 가슴을 열기 위해 새
빨간 태양이 넘어간다 잡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법
따위는 지운 지 오래



page38 ~ 39페이지

2019年 04月28日(日曜日)


한동안 뜸했었지 - 사랑과 평화 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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