있는 그대로가 좋아
B 본문
문학과지성 시인선 393
오늘 아침 단어 시인 유희경
Ⅲ
부
B / 유희경
B는 왜 복부 비만을 남긴 채 죽어버렸을까 왜 b의,
보기와 다르게 생긴 일부를 나는 사랑했을까 그대로
외국어를 그리고 모국어를 떠나야 했던 B
길마다 쓰러진 것들로 넘쳐나묘 B는 조금 추워지
려는 바람, b는 플라타너스 잎 뒤, B,는 벗어버린 조
카 팬티, 도대체 받침 없는 삶이라니, 왼손으로 후려
치면 사실 오른뺨, B는 어제의 방향, v는 b의 오자,
B 그것은 당신도 모르는 당신 이름, 몰래 숨을 거두
려던 나의 할아버지는 b를 발음하려다 말고 엄지를
들어b(사건은 습관의 오른쪽 벽에 붙어 미끄러지듯
걷는다 굽은 등을 가진 그림자는 늘어졌다가 사라지
고 다시 나타난다 깜짝 놀랐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직
업이 없는 B를 방치한 것이다)
어제 장난친 속으로 거짓말이 감쪽같이 고개를 숙
였다 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벌벌 떨며 완벽한 우
주 속으로 뛰어들려다 멈춰 선 자세로 B 어제는 오늘
을 잊고 오늘은 오늘을 맘껏 추억하려는B 의미는 서
투르고 서틀러서 살이 빠져 뼛속까지 빈 언어의 부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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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年5月25日.土曜日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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